파소니 탑 에볼루션 [더바이크]
라이딩의 터닝 포인트
파소니 탑 에볼루션 (PASSONI TOP EVOLUTION)
필자는 4년 전 춘천에서 파소니를 처음 본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리고 당시 팀 리더의 “장거리 때 참 편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참 와 닿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있다.
시승&글 김진영 사진 이성규 자료제공 와츠사이클링
첫 만남
필자는 7년 차 라이더이다. 2년은 MTB, 5년은 로드사이클을 탔다. 그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반 사이에 자전거를 바꿨다. 외모에 질렸거나, 라이딩을 하면서 프레임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이 싫었다. 무엇보다 해마다 기술이 발전하며 새롭게 출시되는 모델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파소니를 처음 접한 건 약 4년 전이다. 당시 필자가 소속돼 있던 팀의 리더가 보유한 자전거였다. 그날 모임의 목적은 팀 훈련. 춘천 일대 160km 거리와 2,000m 누적 상승 고도의 코스였다. 그래서 당시 필자와 팀원들은 묵직한 티타늄 로드바이크를 가져온 리더를 보며 의아해했고,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장거리 때 참 편하다”라고 했고, 그날 무리 없이 모든 코스를 빠르게 달렸다. 레이싱 팀 훈련에 티타늄 바이크라니, 신기할 뿐이었다.
파소니에 대한 첫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볼수록 아름답다”이다. 표면 가공된 튜브에 햇볕이 닿으면 은은하게 빛난다. 거친 느낌 없이, 매끄럽다는 말이 딱 적합하다. 이탈리안 브랜드들이 흔히 보여주는 화사함과는 달리, 파소니의 생김새는 무척 간결하다. 그러나 심심할 틈이 없다. 튜브를 용접한 부분은 부드럽게 샌딩 마감되어 매끈하다. 헤드배지, 드롭아웃도 고급스럽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우아함을 발한다.
결정과 고민
파소니를 선택하게 된 건 지난 가을이다. 동호인으로서 MCT, TDK 등에 참가한 경험이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태도가 바뀌었다. 어느새 경쟁보다는 좀 더 마음 편한 사이클링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장거리 라이드를 선호하게 됐다. 전에 타온 모델은 스톡 아르나리오 플래티넘(STORCK AERNARIO PLATINUM) 모델이다. 51사이즈 모델로 짧은 헤드튜브와 체인스테이가 독특한 모델이다. 피팅과 부품 세팅을 레이스 지향적으로 설정해 즐겼다. 핸들바 낙차가 12cm로, 안장 위에 앉으면 자연스레 박자를 높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아르나리오는 단단하기로 소문난 스톡 제품군 중에서도 승차감이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약 160km에 다다르면 몸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어느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합을 나갈 것이 아닌데, 애써 카본 프레임을 고집할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말이다. 고민 끝에 티타늄 프레임으로 결정하였다. 파소니를 선택하기까지 여러 브랜드 중에서 고민도 많았다. 미국의 선구자라 자부하는 라이트스피드, 그리고 같은 DNA로 시작한 린스키. 카본으로 넘어오며 브랜드 가치는 낮아졌지만 한때 가장 주목 받았던 멀린 사이클웍스도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좀 더 저렴한 가격대가 매력적이긴 했다. 하지만 더 큰 비용을 들여 파소니를 선택했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삶의 궁극적인 자전거를 꿈꿔왔고,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파소니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커스텀 메이커의 프레임을 선택하면 라이더의 고민은 계속된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프레임들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각 튜브의 길이 및 레이크 각도 등 라이더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오메트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지오메트리를 결정할 때에는 부품의 선택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야 하고, 이 단계를 넘어서면 외형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다채로운 컬러가 담긴 차트를 펼치고 며칠 밤을 고민하고, 더불어 유광과 무광 사이에서 또 한 번 생각한다. 이처럼 커스텀 메이드 프레임은 고민의 연속이며 때로는 신경이 곤두설 정도다. 그런데 더 피곤한 것 중 하나는, 각 단계별 디자인의 수용 과정이며, 이를 마무리한 후 긴 제작 기간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의아하면서도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고통스럽기보다는, 설레는 순간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성된 프레임 세트가 품에 안겼을 때의 기뻤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터닝 포인트
파소니 톱 에볼루션의 시승 소감을 딱 잘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티타늄 소재의 고유한 물성, 톱에볼루션 프레임 튜브의 구경 등은 좋은 승차감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커스텀 메이드 프레임의 튜브 길이, 자전거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특정 부위의 각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신체구조로 인하여 그 수치가 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자전거 메이커의 카본 프레임에서 설명하는 ‘모든 사이즈에서 동일한 강성,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적용했다’라는 규정과는 다르다.
파소니의 로드바이크 프레임은 몇몇 종류가 있다. 탑 포스는 프레임의 주요 튜브의 구경이 더 크고 두께도 두껍다. 그래서 타 모델에 비해 측면강성이 크고, 뒤틀림도 적다. 지오메트리 설계에 따라서 고급스러운 레이스 바이크로 완성할 수 있다. 반면에 탑 에볼루션은 탑 포스에 비해 얇은 두께, 작은 구경의 티타늄 튜브로 프레임을 제작한다. 필자가 탑 에볼루션을 선택하게 된 것은 좀 더 나은 탄성으로 인한 부드러운 승차감이었고, 이것이 장거리 라이딩에서 피로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파소니에 오르면서 관점이 변했다. 탑 에볼루션은 필자의 사이클링 라이프의 멋진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주었다. 자전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며, 다루는 방법과 장식의 멋도 고민하게 되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레이스 머신보다는, 매일매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고급차의 관점으로 자전거를 바라보게 되었다. 예전의 카본 바이크에 가장 적합한 장식은 각종 센서 또는 가민 거치대, 카본의 경량 안장, 아주 얇은 바테입이었다.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다. 눈길조차 주지 않던 갈색의 가죽 안장과 바테입을 골랐고, 사용 후에는 깨끗이 닦은 후 가죽제품 전용크림을 사용해 관리한다. 라이딩 스타일도 바뀌어 갔다. 주행 중 좀 더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내가 달리는 길목의 자연경관에도 자주 눈길을 보낸다. 사이클링 라이프가 좀 더 새롭고 즐겁게 느껴진다. 과거 주말의 레저 수단이던 자전거가 일상의 더 큰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Specifications
프레임 헤드튜브, BB쉘, 드롭아웃, 시트포스트 볼트 - 그레이드5(6AL/4V)
나머지 튜빙 - 그레이드9(3AL/2.5V)
변속/브레이크 레버 SHIMANO DURA-ACE R9100 변속/브레이크 레버 / 11단
크랭크 SHIMANO DURA-ACE R9100 크랭크 / 50X34T / 172.5MM
앞변속기 SHIMANO DURA-ACE R9100 앞변속기 / 11단 / 브레이즈드온
뒷변속기 SHIMANO DURA-ACE R9100 뒷변속기 / 11단 / SS
브레이크 SHIMANO DURA-ACER9100브레이크
스프라켓 SHIMANO DURA-ACE R9100 카세트 / 11단 / 11-28T
페달 GARMIN VECTOR 3
휠 MAVIC KSYRIUM PRO CARBON SL T
시트포스트 TITANIUM SEATPOST PMP PERS PASSONI 31.6 SILVER
핸들바 DEDA SUPERLEGGERA CARBON 44CM
스템 DEDA SUPERLEGGERO 120MM
안장 SELLE ITALIA SLR TEKNO PER PASSO BROWN/BLACK
바테이프 PASSONI BARTAPE LEATHER NUBUK
타이어 SPECIALIZED TURBO ALLROUND 2 TUBULAR TIRE 28X24MM
제작기간 3~4개월
가격 10,900,000원(프레임세트)
공식수입사 와츠사이클링 http://www.watts-cyc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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