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내내 미소가 번지는, 플라이어 플로고(Flogo 3.01) [월간 더바이크]
20년 전통의 스위스 전기 자전거 브랜드인 플라이어에서 내놓은 플로고는 한번 쯤 가져보고 싶은 자전거가 아닌 꼭 사고 싶은 워너비 자전거다.
프롤로그
올해 3월 아시아 최초로 20년 전통의 스위스 전기자전거 브랜드인 플라이어가 한국에 공식 론칭되었다. 론칭과 함께 다양한 행사는 물론 서울 양재동의 더 케이 호텔 1층에 직영점이 자리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꼼꼼한 수작업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플라이어는 자국인 스위스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내 딜러망이 1170개(2016년 1월 기준)에 달하며 오랜 시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을 가진 전기자전거 전문 회사에서 나온 자전거는 얼마나 완성도가 높으며, 만족감을 줄지 기대됐다. 특히나 이번에 테스트할 도심형 미니벨로인 ‘플로고 3.01’이라는 모델은 더욱 궁금했다.
사실 전기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쯤 해보기는 했지만 직접 구입하기에는 비용대비 만족감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전기자전거를 고가의 금액에 살 바에 스쿠터를 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데다, 힘들이지 않고, 땀흘리지 않고 타는 라이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저가형으로 가격대를 낮추면 되지만,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도로에서 앞으로 확 튀어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에 따른 안정성 등의 문제가 따라올 것이라는 여러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갖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시승을 통하여 플로고는 과연 ‘갖고’ 싶은 자전거에서 멈출지, ‘사고’ 싶은 자전거가 될지 내심 궁금했다.
디자인
플로고 3.01와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예쁘다’였다. 플로고는 일반 미니벨로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성인 연령층이 즐기기에 적합하다. 프레임의 색상은 깔끔한 펄화이트를 사용하였으며, 그 위에는 실버 색상의 플라이어 로고를 새겨 넣었다. 색을 잘 이용하기도 했지만 브랜드 로고의 디자인 또한 요란함을 배제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가장 돋보였던 두 가지는 배터리의 위치 선정과 스피드 리프터 트위스트를 적용한 핸들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다운 튜브에 배터리를 부착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플로고를 제조한 플라이어사의 모든 전기자전거는 배터리를 안장 밑쪽에 놓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이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여 위치 선정이 아주 적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앞뒤에는 야간 라이딩에 대비한 전조등과 후미등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 또한 스피드 리프터 트위스트를 적용한 핸들바 부분은 핸들의 높이 조정을 손쉽게 도와주며, 핸들의 각도를 90˚로 회전 조정할 수 있어 이동 및 보관 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핸들바 중앙에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는데 크기도 딱 적당하다. 이처럼 프레임이나 외적 디자인 면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기술 & 스펙
플라이어의 모든 자전거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으로 페달링 시에만 모터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 구동방식에 최적화된 파나소닉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내장기어 방식의 시마노 네서스 8 허브에 250W를 출력하는 모터를 사용했다. 배터리는 36V(15Ah, 540Wh)를 사용하며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하는 데에는 4시간이 소요된다. 이 배터리로 가장 경제적인 주행 모드인 에코 모드에서 최대 14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모터에 걸리는 최고속도는 25km/h로 우리나라 교통법에 준하는 속도로 제한을 걸어놓았다.
또한 휠사이즈는 20인치이며,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주는 폭 넓은 타이어인 슈발베의 빅 벤(Big Ben)을 채용하여 접지력과 완충작용을 높였다. 브레이크는 마구라의 유압식 림 브레이크 사용하였으며, 시트포스트 또한 서스펜션을 적용하여 주행감을 높였다.
플라이어 핸들바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는 간소한 버튼과 한눈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메뉴 덕분에 모드를 바꾸거나 정보를 확인하기 쉽다.
전원 On/Off, 평균 속도, 최고 속도, 주행 모드, 배터리 잔량 대비 갈 수 있는 남은 거리 등의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라이딩시 잠깐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사러 편의점을 갈 때에는 프레임 자체에 ABUS 락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어 자전거 자체를 잠가둘 수 있다. 자전거 뒤에는 랙이 있어 무거운 짐을 장시간 적재하고 이동할 수 있다.
라이딩
플로고 이전 모델의 플라이어 제품은 총 3가지 주행 모드가 있었지만, 신형 플로고가 출시되면서 Auto 모드가 추가되어 ‘어시스트(Assist)-하이(High)-에코(Eco)-오토(Auto)’ 총 4가지 주행 모드가 가능해졌다. 오토 모드는 다리에 부하가 많이 걸려 페달링이 약해질 때마다 마치 내 힘으로 가는 듯 자연스럽게 받쳐주었다.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언덕을 냅다 올라가니 축지법을 쓰는 능력자가 된 기분이었다. 또한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주는 폭 넓은 타이어 덕분에 어떤 노면이든 개의치 않고 시원스럽게 뻗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속도를 잡을 때에도 안정적이었다. 유압식 림 브레이크는 원하는 순간, 원하는 지점에서 정지가 가능했고 전반적인 라이딩이 만족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앞서 디자인부분에서 언급했던 배터리의 위치는 외관상으로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실제 주행의 안정성 부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무게중심을 안장 부분, 즉 중간으로 몰아주어 뒷바퀴가 들리는 등의 기존 전기자전거의 문제점을 상쇄시켜 주었다.
사실 전기자전거는 안장 위에 있을 때만 좋다는 단점이 있다. 플로고의 무게는 25kg이다. 전기자전거 치고 무거운 편은 아니지만 일반 자전거에 비해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안장에서 내려 장시간 걸을 때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플로고는 추진/출발지원 모드를 지원하여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였다. 왼쪽 핸들바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3km/h 정도의 부담없는 저속으로 앞으로 쉽게 나갈 수 있게 받쳐준다. 따라서 끌바를 이용할 때, 오르막길 출발에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거운 짐을 적재했을 경우 또한 추진 지원 모드가 유용할 것이다.
결론
무겁다는 것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키도 체구도 작은 나와 같은 여성의 경우 플로고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바퀴로 이동할 수 있는 평지나 언덕에서는 괜찮았지만 프레임을 들고 계단을 올라간다든지, 도로에서 보도블럭을 올라가는 등 턱이 있는 곳에 자전거를 들어올릴 때에도 힘이 들었다. 또한 신장 155cm 이상부터 맞는다던 지오메트리는 160cm가 되지 않는 나에게 페달까지의 거리가 겨우 맞아 조금만 더 신장이 작았으면 불편했을 것 같다. 때문에 안장높이를 좀 더 낮출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시승 내내 너무 즐거워 한번쯤 ‘갖고’ 싶은 자전거보다는 꼭 ‘사고’ 싶은 자전거로 낙인찍을 수 있었다.
또한 ‘다리가 조금 땡기는 맛이 있어야 라이딩이지’라고 생각했던 이전의 생각과는 달리 플로고는 몸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고, 땀을 전혀 흘리지 않고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라이딩으로 이끌어주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메인터넌스 지원, 3년간 방문 서비스, 10년의 워런티 등을 지원한다고 하니 자전거에 흠집이라도 날까 아껴타기보다는 망설임과 걱정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이내믹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 것같다.
에필로그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나 황사로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할 날이 많아졌다. 주된 원인이 사막화된 중국 대륙쪽에서 날아오는 흙과 먼지이기는 하지만, ‘너네 잘못이야’ 라고 생각하기만 할 뿐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많은 환경 연구가들은 도시산업화에 따른 각종 유해물질,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차량운행에 따른 배출 가스가 섞여 미세먼지만큼이나 호흡기 건강에 커다란 위협요소가 된다고 하는데 매연 걱정이 없고 부피도 적게 차지하는, 또한 길막힘 걱정 없는 이러한 전기자전거의 이용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물론 교통법도 바뀌어야 하는 등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을 알지만 말이다.
시승&글 인유빈 사진 정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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